봄
2020년 4월 13일 월 오전 10:50
음악을 하나 들었다.
마지막 봄의 절기, 곡식이 작은 입으로 봄비를 맞는 곡우는 이번 일요일이다. 비는 금요일에 내리고 일요일엔 날이 흐리기만 하단다.
맨송맨송한 땅에 키 작은 여덟 송이 민들레가 붙어있다. 내 손바닥만 하다. 같은 땅에 민들레 열 몇 송이가 잔뜩 퍼져있다. 내 키만 하다. 우리 할머니는 둘 다 예쁘다 하셨다.
햇볕에 자란 벚나무가 펑펑 잎을 떨구고 그늘에 잠긴 목련 나무가 늦봄에 활짝 꽃을 피웠다.
철쭉은 바닥에 가까이 닿은 봉우리만 열었다. 검은 오리가 잉어처럼 튀었다가 숨었다가 했다.
라일락을 닮은 꽃에선 향기가 나지 않았다. 우리는 그 꽃의 이름을 몰랐다.
봄의 시선은 움직이는 것과 멈춰있는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형형색색한 것과 투박한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모두 가 닿았다.
할머니는 개천을 산책하러 가시고 나는 버스를 타러 갔다.
자리에 앉으면 그 앨범을 꼭 들어야겠다고, 울상이 됐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봄의 끝을 알린다.
비가 오려면 아직 멀었고 나는 조기보다 먼저 울었다. 과히 사랑하기 때문에.